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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는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중에 하나인 <연금술사>는 국내에서도 이미 100쇄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서 꾸준하게 읽히고 있다. 그중 내가 읽은 작품은 이 작품 이외에도 <순례자>, <브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이 있었다.
나는 <연금술사>를 20대 후반에 읽은 적이 있었고, 이후에 40대 초반에 다시 읽었다. 지금은 4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읽었으니 세 번을 읽은 셈이다.
20대 후반의 나는 대학원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에 있었고,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불안감이 커져있는 상태였다. 그러한 때 이 책은 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었다. 40대 초반에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직장생활에서의 안정감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끼도 있던 터라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내게 경고하듯 여러 문장을 보냈다. 그리고 40대 후반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이 책이 내게 보내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마치 신비주의에 빠진 사람 같고, 사이비종교같은 생각도 든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나 그가 실제로 연금술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한 것을 보면 그의 정신세계 자체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글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이 책의 글귀들은 경구처럼 많이 인용된다. 그 이유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좌절도 하게 된다. 그럴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준다면 좀 더 수월하게 그러한 수렁에서 나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의 이야기들은 자아의 신화, 마음, 그리고 일부 종교적인 내용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의 너는 어떠한가?'
그러한 그의 작품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연금술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얼핏 한 남자의 여행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연금술'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며, 책에서는 '진화'라고 표현했다. 엄밀하게는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믿음, 그리고 용기를 이야기한다.
또한 주인공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자신을, 마음을 연금술처럼 납에서 금으로 변하도록 촉구한다. 하지만 연금술의 비밀을 터득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책에서와 달리 실제로는 불가능하기에) 그럴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니까 힘든 것이겠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은 예전에 어느 대통령이 했다가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사이비종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더 그러했는데 사실은 이 말이 이 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억울했을 수도 있겠지.
나는 어떨까? 이 책을 읽었던 20여년간 나는 어떻게 달라졌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나는 현재 나의 쓰임이 다 하고 나면 금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당연하겠지만 나는 계속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나머지는 이미 기록된 대로 될 것이다.
'마크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