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말이야, 봄이 오기를 제일 기다리는 아이야.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 언덕 너머로 봄이 올 기미가 보이면 얼씨구나 하고 꽃을 피워내지. 그러다 꽃샘추위에 눈이 펑펑 내리기라도 하면 꽃잎이 젖어서 가련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할미는 그래서 매화가 좋더라. 곁에 두면 봄을 덩달아 기대하게 되거든. 봄이 오는 기척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채는 꽃이기도 하고. 꽃샘추위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 온 힘을 다해서 꽃을 피워내는 기개가 근사한 아이지.' p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