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핑거green finger'라는 말이 있다. 식물을 푸르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금손을 뜻한다. 어느 날 우연히 식물 기르기의 고수를 만 난 적이 있는데, 그에게 비법을 청하니 툭 한마디를 뱉었다. '매일 살펴보되, 매일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말라'고. 그 말인즉 식물에 관심을 계속 두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만 돌봄을 행하라는 뜻이다.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물을 길러보니 신기하게도 정말 그랬다. 매일 들여다보 니 식물과 교감할 수 있게 되었고, SOS 신호를 금세 읽어내고 움직 일 수 있었다. 핵심은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데 있었 다. 매일 똑같아 보여도 실은 자라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 그것 만으로 식물을 가꿔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매일 똑같다 못해 지루한 나날들이지만, 어쩌면 나 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미세하게 자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어 른이 되어가는 거라면 오늘의 나를 찬찬히 관찰해보면 어떨까. pp.6/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