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금 말했다. 정호는 내가 매일 학원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눈빛들을 마주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나는 매번 나의 치부를 들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하찮은 사람인지 다 꿰뚫고 있다는 듯한 눈빛과, 꼭꼭 숨겨둔 것이 무색하게 나의 지저분한 면모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들. 언젠가 나 스스로 순순히 그 치부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것 같은, 처형을 기다리는 염소의 마음을 정호가 알리 없었다.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