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큰지 말하려 다른 재난의 고통을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만난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 생존자 중 누구도 자신의 고통이 다른 재난 생존자를 더 아프게 하는 데 사용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pp.177
비참함이 피해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사회는 사회적 폭력을 대할 때 가해자의 행동을 따져 묻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인지 확인하는 데 더 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동정하기 적당한 모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지요. (...) 그렇게 피해자의 입은 틀어막혔고, 몸은 매였습니다. pp.187-188
피해자들에게 치료를 욱여넣는 이런 프로그램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p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