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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수는 이번 여름 귀향한 후부터 점차 정조情調가 바뀌어갔다. 유지매미 소리가 쓰르라미 소리로 바뀌듯,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운명이 커다란 윤회 속에서 조금씩 움직여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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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존경하는 이상, 그 사람은 반드시 저명인사여야만 한다고 형은 생각했다. 적어도 대학교수 정도는 될 거라고 추측했다. 이름도 없는 사람,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무슨 가치가 있냐. 형의 사고방식은 그런 면에서 아버지하고 똑같았다. 다만 아버지는 능력이 없어서 놀고 있는 거라고 속단한 데 비해, 형은 뭔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빈둥거리며 논다면 못쓰는 인간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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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는 못써. 아무 일도 안 하며 살겠다는 생각은 뻔뻔스러운 배짱에서 나오는 거니까. 인간은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을 가능한 한 발휘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형에게 자신이 사용한 에고이스트란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거냐고 되묻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