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그로텐디크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수학자 중 한 명이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창조력을 분출하여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획기적으로 바꿨다. pp.68/209
그는 '심장의 심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로텐디크가 수학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그 실체 때문에 자신이 완전히 돌아버렸다고 말했다. 이튿날 아침 김민형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는데, 모치즈키는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 보았다. 그는 지난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pp.69/209
공간은 그가 평생 천착한 주제였다. 그는 천재성을 여지없이 발휘하여 점의 개념을 확장했다. 미천한 점은 그의 눈길이 닿자 무차원의 위치에서 벗어나 복잡한 내부 구조를 품은 채 부풀어올랐다. 남들이 깊이, 크기, 너비가 없는 단순한 위치를 본 바로 그곳에서 그로텐디크는 우주 전체를 보았다. 그토록 대담한 제안을 내놓은 사람은 유클리드 이후로 아무도 없었다. pp.7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