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티스푼으로 커피를 저었다. 이미 충분히 섞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건 옆에서 보면 두꺼운 알이 하얗게 보이는 안경을 쓴 외삼촌이, 아직은 사십대였던 외삼촌이, 평생 책만 읽은 가난뱅이 책벌레 외삼촌이, 꼼꼼한 교열자로 유명했으나 인터넷과 검색기가 교열을 대체하면서 20세기와 함께 쓸모가 사라진 외삼촌이 자기 머릿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는 뜻이었다. pp.14
첫 문장이 아직도 기억나요. '1972년 10월을 우리는 시간의 끝이라고 불렀다.' 그 말이 검열관의 비위에 거슬렸을 수도 있어요. pp.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