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리하는 법을 처음부터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 왜냐면, 그건 그래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려야만 알게 되는 것 같거든. 마음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헤쳐 나갈 방법을 고민하게 되니까. 이것만큼 경험치가 중요한 문제도 없는 듯싶다. pp.89
하나하나 정말 후회막심한데, 그러고 보면 죽음만큼 무서운 게 후회가 아닐까 싶어. 다시 보니까 되게 뼈아픈 것들이지만 앞으로 내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인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된다.
신이 인간에게 영원을 주지 않은 건 유한하기에 인생이 더 아름답단 걸 알려주기 위해서일 텐데, 인간은 늘 영원히 살 것처럼 매일을 산대. 이런 이야기를 적고 보니 삶의 의미가 더 공고해지고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들이 있네. 참 아이러니하다.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살아야 할 이유들이 더 분명해진다는 게 말이야. pp.92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지금 우리집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여. 생명과 인격을 부여받은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반짝거리네. 생각해보니 햇빛은 매일 태어나고 죽는구나. 이른 아침 응애 소리를 뱉어내듯 붉게 타올라서, 싱그러운 젊음처럼 눈부시게 작열하며 한낮을 살고, 저녁노을이 되어 서서히 소멸하니까. 우리 곁에 탄생과 죽음이 늘 함께한다는 걸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또 한번 깨닫게 된다. p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