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생각을 고쳐야 하리라. 그러니까, 이제 라이프치히에서 보게 될 것은 무엇보다도 과거로서, 담벼락과 사람들의 의복과 동작에 새겨진 국가 자본주의(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닌)가 지배한 사십 년의 과거다. 과거가 죽었다는 생각은 이 나라와 무관한 외부인들에게나 해당될 뿐이고,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한 현재의 구성요소다. '보다'라는 동사를 쓰긴 했지만, 이틀에 걸쳐 보게 될 게 겉모습 말고 뭐가 있겠는가. 역사만큼이나 현실도 첫눈에 볼 수는 없다.
지식인 사회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소비재 경쟁"이라고 부르면서 안타까워한다. 자신들은 그런 경쟁에서 배제된 듯, 그들 자신은 자동차와 하이파이 전축과 나아가 컴퓨터를 소유하지 않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런 물건들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어째서 한쪽에서는 "영혼의 결핍", 조악한 물질주의이고 저쪽에서는 아닐 수 있는가? 지식인들은 "우린 그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그런 것을 다 가졌다. 예전에는 몰랐거나 혹은 희귀했던 물건에 달려드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유는, 각자 은밀히 간직하길 소망하는 탐욕을 집단적으로 솔직하게 내보이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직접 겪어봤기에, 사물 이외의 것을 원하는 것이 사치임을 안다.
<라이프치히, 이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