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에 인간이 아 니었던 시간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망은 정욕보다도 물욕보다 도 강하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그 욕망에 굴하지 않 을 것이다. pp.78
당신들은 왜 나에게 그런 무섭고 천박한 비밀을 털어놓은 거죠? 날 언제 봤다고, 날더러 어쩌라고? 마치 유도심문을 무 사히 빠져나온 것처럼 아찔하다. pp.80
그날 밤 내 마음에 인화된 산이 진짜고, 여기 올 때 마다 대하는 현실의 산이 가짜 같다. 마치 화집이나 미술관에 서 세잔이나 고흐가 그린 풍경화를 보고 깊이 감동받은 일이 있다면 그후 그 그림에 영감을 준 현실의 경치 앞에 설 기회가 생겼을 때, 현실이 가짜고 그림이 진짜인 것 같은 착란이었다. p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