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베세의 작품에서 끔찍스러운 건 비극이 삶의 자연스러운 운행으로부터, 열린 창문에서 골목으로 쏟아지는 대얏물이나 홀에서 함께 춤추던 사람이 아 닌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는 아가씨의 미소 등, 가장 평범한 일상의 사건으로부터 생겨나는 듯하다는 점이다. 실패, 폭력, 죽음이 발생한다 해도, 마치 높 낮이를 고루 맞추듯 우주의 운행 속에 포함되면 그 효력이 중화되어 나타난다.
나서서 글쓰기 행위임을 과시하지 않고 그저 보고 느끼게만 하려는, 파베세 자신의 말을 따르자면 "묘사하지 않고 보여주려는" 투명한 글쓰기의 효과. 분석도 판단도 하지 않고 보여주는 이러한 글쓰기는, 사물들이 지성이나 기억에 의해 해석되기 전에 사물들을 직접 겪는 순간,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느낌을 안겨준다.
<체사레 파베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