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멀리서부터 인파 속에서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딴사람들과 달랐다. 그 다른 것이 나로 하여금 그를 최초로 불 쌍해하게 했다.
그와의 사귐이 깊어짐에 따라 불쌍하다는 느낌도 심화됐 다. 그가 남보다 착해 보이는 것, 정직해 보이는 것, 그런 것 때문에도 그가 불쌍했다. 딴 사람들은 갑각류처럼 견고하고 무표정한데 그만이 인간의 가장 깊고 연한 속살, 따뜻하고 부 드러운 속살을 노출시키고 있는 게 불쌍했다. 딴 사람들은 다 무장을 하고 있는데 그만이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여겨져 불 쌍했다.
나는 그가 불쌍하고 불쌍해서 가슴을 조이며 내 앞으로 가 까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이 좋았다. 나는 그가 불쌍해서, 서럽도록 불쌍해서 좋았다. pp.248-249
나는 군중 속에 있는 그를 불쌍해하며 바라보는 것도 좋아 했지만, 단둘이서 아무와도 비교 안 하고 그를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불쌍해하지 않고 느 끼는 것이 실상은 더 좋았던 것이다. p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