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pp.9
예언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이현령비현령의 사후 추정이라는 걸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예는 없을 것이다. pp.10
소설가로서 나는 예언의 내용보다는 그 형식이 언어여야만 한다는 게 더 흥미 롭다. 어떤 예언가가 환상 속에서 미래의 뭔가를 봤다고 해도 그는 그것을 자신의 지식 수준에 맞춰 언어로 표현해야만 한다. 실제로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걸 언어로 변환한 이상 그 진의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게다가 번역까지 된다면 왜곡은 피할 길이 없다. 결국 예언은 그 형식 때문에 빗나갈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pp.10
예언가들이 저마다의 성장 배경과 지적 능력에 따라 1999년을 해석했듯이 우리도 각자만의 1999년을 경험했다. 내게도 1999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p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