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녀가 곧 나으리라고, 회복되리라고 이야기해주었 다. 괜찮아질 거라고 다 지나갈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녀 자신도 스스로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조금만 참아. 의사 말대로 해. 다 끝날 거야.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아프냐고 물어보지 않아서였을 까.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도 아프냐고 묻지 못한 것이었을까.
많이 아팠나요. 다희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다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팔에 가만히 자기 손을 올려놓 았다. 그런 다희를 보며, 그녀는 왜 자신이 팔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곤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희와 주고받던 이야기들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던 마음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 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었 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p.123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 퇴원 하던 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안방 창가에 서 서 내리는 눈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창에 달라붙은 눈은 금세 작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눈은 지상의 사물들을 흰빛으로 덮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