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고통을 받은 내가 만 천하에 감정을 드러내고 입 밖으로 소리를 흘리는 것, 그게 바로 '영예은의 목표였다. 나는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금니 를 꽉 깨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치 그애들 앞에서 소리를 내면 내가 죽어 없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 내 가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어 떤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추김당한 충 동. p.22
나는 두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입에서 자꾸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패배감을 느꼈지만, 그렇다 고 나를 둥글게 둘러싼 아이들에게서 승리감의 기색을 찾을 수 있 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애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패배감을 느꼈을 거라고. 영예은의 무리를 제외한 다른 애들은 내가 일종의 시험에 들었다고 판단했 고 내가 그 시험에 통과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고 말이다. 영예은 역시 승리감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피를 흘린 건-그 누구 도 원하지 않은 너무 과도한 반응이었다.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