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방구석으로 데려가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설득했어야 했다. "이건 당신 잘못이 아녜요!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걸 예방할 수는 없었다고요!"
또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건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고통을 겪죠. 아드님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서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일에 의미 따위는 없으니까요. 아드님이 감염된 건 단지 그때 분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기준 76%)
"중요한 것은," 스프링어는 매끄러운 어조로 역설했다. “<실버파이어>가 정보 시대로 진입한 인류를 직격한 최초의 팬데믹이라는 점입니다. 에이즈가 후기 산업사회적이고 포스트모더니즘적 역병이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그 시발점은 진정한 정보화 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의 출현에 선행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에이즈는 피할 수 없는 세기말적 불신에 직면한 서구의 물질주의가 빚어낸 부정적인 시대정신의 상징 그 자체였습니다만, <실버파이어>의 경우, 우리는 이 이른바 '역병'을 훨씬 더 긍정적인 메타포로서 포용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기준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