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어둠에 묻힌 거실은 고요하고 쾌적해 보였다. 식탁 위 과일바구니에 노란 망고가 다섯 개 들어 있었다. 전날의 흔적이란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잠옷 바람으로 과도를 가져와서 식탁 앞에 앉아 망고의 껍질을 깎아 먹었다. 과육은 달고 즙이 많았다. 전날 자신이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와 성재, 그들은 이미 그녀를 스쳐간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그녀 인생의 절정이라 할 만했다. 남편과 그녀는 삶의 최전선에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그들의 사랑을 필요로 했다. 두 딸은 미연의 전부였다. 그녀는 그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목이 멜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