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난 왜 이 배은망덕한 개새끼를 찾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뭐 대단한 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그러나 개를 찾다보니 어느새 나는 나 자신이 개를 찾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되어버렸다. 그것은 소라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으면서도 우는 소라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인 걸까. 잘 모르겠다.
정말 소라의 말대로 개는 내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관절염에 걸린 다리로 단숨에 뛰쳐나가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일지도. 지금까지 들인 돈과 치운 똥을 생각하면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 이해한다. 기왕에 도망치고 싶었다면 가능한 한 멀리 도망쳐라. 다시는 내 손에 잡히지 않게.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족발 뼈와 구겨진 종이가 잡혔다. 그것들을 차례대로 강에 던졌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검은 강이 뼈와 종잇조각을 삼켰다. 물위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p.63/256 (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