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니스는 손으로 침대 위에 놓인 조끼와 베개를 만져본다. 방을 둘러보며 전부 머리에 담는다. 책상으로 걸어가 종이 위로 고개를 숙이자 머리로 피가 몰려 마구 쿵쾅거린다. 종이 맨 위에 이런 단어가 보인다.
나의 사랑하는-
애그니스는 불에 덴 듯 뒤로 물러서려다가, 다음 줄을 본다.
애그니스
더는 아무 말도 없다. 단 세 마디, 그리고 빈 공간.
그는 무어라 쓰려 했을까? 애그니스는 그가 기회가 있었다면 무슨 말을 썼을지 알아 내려는 듯 종이의 빈자리에 손가락을 갖다댄다. 종이의 결, 햇살에 따뜻해진 나무탁자의 온기가 느껴진다. 자기 이름을 이루는 글자들을 엄지로 훑으며 그의 깃펜이 만든 미세한 자국을 느낀다. (전자책 기준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