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훨씬 더 그럴 듯한 게 있었다. 그래, 해적 이 되는 거야! 바로 그거야! 이제 톰의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채를 내뿜으며 눈앞에 뚜렷이 펼쳐졌다. 그 이름만 들어도 세상 사람 모두가 벌벌 떠는 해적! 소름 끼치는 깃발을 뱃전에 휘날리며 온통 새까만 길쭉하고 납작한 쾌속선 '폭풍의 영혼'에 몸을 싣고 춤 추듯 넘실대는 바다를 주름잡고 다니면 얼마나 근사할까! 그리고 명성이 더는 올라갈 곳 없이 파다하게 퍼졌을 때 어느 날 불쑥 옛 고향 마을에 나타나 교회로 으스대며 들어가는 거야. pp.101/406(전자책 기준)
그래, 정했어. 바야흐로 톰의 직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톰은 집을 나가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다음 날 아 침에 실행에 옮길 작정이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톰은 근처에 있는 썩은 통나무로 다가가 '발로 칼'을 한쪽 끝에 쑤셔 넣고 속을 파내기 시 작했다. 곧이어 칼끝이 나무에 부딪히면서 텅 빈 소리가 났다. 톰은 거기에 손을 갖다 대고 사뭇 엄숙하게 주문을 외웠다. pp.102/406(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