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는 내 또래들의 장래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진로라는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적성, 보람, 가치, 사명, 비전 따위는 모두 가위질에 나가떨어질 잔가지. 공부 잘하고 못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었다. 다들 성적에 맞춰 대학교에 가거나 취업했다. 어차피 관성으로 택한 미래 속에서 아옹다옹 애쓰는 모습이 어쩐지 바보같이 느껴지던 시절. 그땐 짝지가 내린 결정의 무게를 전혀 몰랐다. 그저 일찍 어른물이 들었다고 생각했을 뿐, 감정 한 톨 담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pp.15
대다수가 '누린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할 요소들이 내겐 기간제 상품이었기에,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취업을 해야 했다. p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