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편은 자신만이 진실을 알고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남편은 알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아니란 걸. 88%
나는 남편을 죽이기 전에 ‘슬프다’란 감정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 일을 너무 당연시 여겼고 남아 있는 에너지는 모두 나를 합리화하는 데 쓰기 바빴다. 남편이 죽고 난 뒤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무기력함이었다. 나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남편 때문이라고 여겼고, 내 인생이 절망적으로 변하고 지옥같이 여겨지는 것도 모두 남편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고통의 시간을 마주해야 했다. 나는 해결할 수 없는 그 시간들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더이상 원인을 어디에 돌려야 할지 몰라 무기력함에 허덕였다. 그 무기력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돈뿐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생기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만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기분은 생각하지 말아요.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