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 뒤에 생략된 말은 명확했다. 너도 식사 맛있게 해라. 그러니까 식당에 앉아 있던 사람들 속에 나를 포함시키는 말. 내 자리가 어디인지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말. 하지만 그후로 나는 그 가 그 뒤에 붙이고 싶었던 말이 다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 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라곤 했다. p.212
나는 내 방에서 노트를 가져와 이렇게 적었다. '난봉꾼: 언행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하며 술과 여자에 빠져 행실이 더럽고 지저 분한 짓을 일삼는 사람.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그렇게 난봉꾼은 몇 개의 단계를 거쳐 결국은 '더럽고 지저분하
다'에 도달했다. p.215
내가 서재에서 주야장천 국어사전만 들여다본 것은 아니었다. 외국의 고전소설, 사진집, 때 지난 신문, 유명 화가들의 화집, 의 미를 알 수 없는 잡지...... 나중에 나는 이 시기의 나에 대해 이렇 게 설명하곤 했다. "나는 서재에 있는 책들을 탐닉했어."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