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니스는 자기가 잘못되었다고, 정상이 아니라고, 너무 어둡고 너무 키가 크고 너 무 제멋대로고 너무 고집 세고 너무 말이 없고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자란다. 사 람들이 자기를 겨우 참아주고 있다고, 거슬리고 쓸모없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라 서 결혼이라도 하려면 환골탈태하고 자신을 완전히 바스러뜨려야 한다고 여기며 자란 다. 그렇지만 애그니스는 진짜로 사랑받는다는 것, 어떻게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것에 대한 기억도 지니고 자란다.
애그니스는 이 기억이 계속 살아 있어서 다시 그런 사랑을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만난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탈출 방법, 생존 방법이라 여기고 두 손으로 꽉 잡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반대하고 막더라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애그니스의 기회일 테니까. 돌 한가운데 난 작은 구멍을 통과해 빠져나갈 방법일 테니까. 그 어떤 것도 애그니스의 앞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전자책 기준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