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사람은 이제 영영 사라졌다. 삶에서 표류하며 삶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정박할 곳을 잃고 헤맨다. 신발 한 짝이 사라지거나 수프를 너무 오래 끓였거나 냄비를 엎거나 하면 우는 사람이 되었다. 사소한 일에 무너진다. 이제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 (전자책 기준 81%)
그는 처음엔 이쪽 눈, 그다음엔 다른 쪽 눈을 가리고 도시를 바라본다. 그가 하는 놀이다. 그의 이쪽 눈은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다른 쪽 눈은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합하면 거의 모든 걸 볼 수 있지만, 각각 볼 수 있는 것만 본다. 첫번째 눈은 멀리 있는 것. 두번째 눈은 가까운 것. (전자책 기준 82%)
팔찌에서 무언가 나쁜 기운이 증기처럼 뿜어나온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에는 얼음처럼 무심하게 피부를 감싸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 지금은 너무 뜨겁고 너무 조인다. 한 개뿐인 붉은 눈이 독기를 품고 노려본다. 누군가 불행한 사람이 이걸 지녔었다는게 느껴진다. 애그니스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나쁜 운, 나쁜 느낌에 푹 담가 문지른 듯 광택이 흐릿하다. 이걸 지녔던 사람이 누구든 애그니스가 불행해지길 바란다. (전자책 기준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