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불가'를 알리는 뮈텔의 답장을 받은 다음날 빌렘은 여순으로 떠났다. 여순으로 가는 기선은 닷새에 한 번씩 진남포에서 출항했다. 운항 날짜가 맞았다. 진남포 부두에서 빌렘은 명동대 성당의 뮈텔에게 전보를 쳤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저는 여순으로 갑니다.
빌렘 pp.264
빌렘 신부와 면회를 허락한다는 통보를 받고 안중근은 집행이 임박했음을 알았다. 안중근은 『안응칠역사』를 쓰기를 서둘렀
다. 글은 재판이 시작되는 대목까지 나아가 있었다. pp.265
-오늘 네가 잘 왔다. 내가 죽으면 내 시체를 하얼빈에 묻어라. 하얼빈은 내가 이토를 죽인 자리이므로 거기는 우선 내가 묻
힐 자리다. 한국이 독립된 후에 내 뼈를 한국으로 옮겨라. 그전까지 나는 하얼빈에 묻혀 있겠다. 이것은 나의 유언이다. 내 뜻
에 따라다오. pp.26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