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아니라고. 무엇이? 내가 말한 것이 아니야. 누구에게도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고,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약속을 지켰다고. 그들을 고발한 적 없다고, 아펙에게든 미그라에게든 만날 수만 있 다면 설명하고 싶었다. 설령 그들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대도 외치고 싶었다. p.238
다수 시민들의 입장은, 그런 숨어사는 이들이 사회 불안 요소라고 하기에는 애초에 사회부터 안정적인 구조가 아니었으므로 수색 작전을 펼치든지 말든지 무관심했다. p.238
사람들은 왜 참담함으로 치자면 여기나 거기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괜찮은 것처럼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를 그치지 않는가? 얼은 그것에 대해 지금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앞 으로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도 움직이기를.
얼이 만약 움직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 걸음을 넘지 않을 것 이었다. 얼은 그 한 걸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앞으로도 되도 록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설령 움직이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 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한 걸음 미만의 보폭을 유지할 것이다. 그 런 방식으로는 결코 아펙이 말하고 미그라가 바라던 완전한 이동 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며, 얼은 언제까지나 요동치기는커녕 미동 조차 없는 경계선 안쪽의 존재로 남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