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 이후 최대의 발견은 이완배 기자였다. <한국 재벌 흑역사>라는 책의 저자로만 알고 있었던 그는 행동경제학을 자주 인용했다. '인간은 돈을 합리적으로 보지 않는다'란 명제에서 출발하는 이 학문은, 가난 속에서 행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 pp.209
그제야 나 자신의 안일함을 깨달았다. 내가 누린 일상이란 그저 불행이 닥치지 않았기에 유지됐을 뿐. 나 또한 언제든 다칠 수 있으며, 사고로 인해 삶이 끝날 수 있단 생각이 들자 온갖 나쁜 미래상이 그려졌다. 일상이 무너진 현실을 상상하니 두려워졌다. 누가 중소기업의 이런 현실을 알아줄까? 기자 정치가 금속노조? 진보 지식인? 아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는 공론은 허상일 뿐. 그날부터 현장의 모습을 촘촘하게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p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