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기차는 서로 잘 어울린다. 기차 안에서 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버스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 아주 조금도 불가능하다.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거나, 어쩌면 연상 작용 때문일 수도 있겠다. 버스는 어린 시절에 갔던 수학여행이나 캠프처럼 내가 가기 싫었던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기차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그것도 생각의 속도로.
하지만 철학과 기차에는 퀴퀴한 느낌이 있다. 둘 다 한때는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였으나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물이 되었다. 오늘날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도 일부러 기차를 타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부모님이 말리는데도 일부러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철학은 기차 타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뭘 모르던 시절에나 하던 것이다.(전자책 기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