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모의 대화 소리는 차츰 잦아들면서 깊은 숨소리로 바 뀌었다. 퓨, 퓨우, 퓨, 퓨우. 그 소리가 너무 똑같아서 누구의 것인 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의 숨소리를 들으며 조금 전의 대화를 가만히 복기했다. 대화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어른들의 역동하는 감정을 마주했다는 사실 자체에 압도되었다. p.230
이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자마자 나는 이모의 품에 덥석 안겼다. 이모는 차마 나를 안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다가 마치 작은 북 을 울리듯 두 손으로 내 등을 조금씩 두드렸다. 나는 이모를 더 꽉 안았다. 그제야 이모도 내 등에 팔을 둘렀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로. 그러자 내 체온으로 데워진 뜨거운 물이 한쪽 귀에서 흘러 나왔다.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