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모든 게 가짜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집안에서 동동거리며 돌아다니는 나 자신에게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매일 베갯잇을 삶아 햇볕에 말리는 내가, 직접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손질하는 내가, 휘에게 끝도 없이 긴 책을 읽어주고 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가짜인 나를 진짜인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
밥을 먹다가 휘의 앞니가 벌어진 것을 보면 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가 옆에 들러붙을 때는 미지근한 체온을 참을 수 없어 뒤로 물러났다. 무엇보다 그애의 발작적인 웃음소리를 견딜 수 없었다. 마치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체온과 숨소리를 느낄 때처럼 불쾌한 감각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나는 아이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매 순간이 히스테릭한 연극 같았다. 시간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흘렀다. 나는 오 분마다 한 번씩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였다. 시시각각 분열되는 나를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