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인류에게 신기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9천 년 동안 진행되어온 과정이 그해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인구 중 대다수가 도시에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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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주적 정착지에서 거대도시로의 전환은 인류에게 유익한 과정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 거주자들은 시골 인구보다 보통 더 건강하고 부유하다. 사회적 연결망이 더 클수록 혁신이 촉진된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므로, 도시의 일인당 생태 발자국은 시골보다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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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적에 비추어 더 중요한 사실은, 도시화한 인간들이 다른 영장류는 전혀 겪지 않는 일을 겪으며 산다는 것이다. 도시화한 인간은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는 낯선 이를 수시로 마주치면서 산다. 이것은 익명의 행위를 가능케 하는 환경이다. 그러고 보면 범죄 소설이란 것도 19세기 도시화가 진행된 뒤에야 등장했고, 그 배경은 대체로 도시였다. 전통사회의 환경에서는 범인을 알아맞히는 추리 소설이란 게 가능하지 않다. 누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모두가 아는 환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