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그것이 수상가가 아서 경의 손에서 본 것이었다. 살인! 밤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황량한 바람 소리가 그의 귓전에 대고 살인이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어두운 거리의 모퉁이마다 살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살인은 지붕 위에서 그를 보며 씩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아서 경을 사로잡은 것은 고통이 주는 불가사의가 아니라 고통이 주는 희극이었다. 고통의 절대적인 무익함, 황당한 무의미, 바로 그것이었다. 모든 것이 얼마나 모순되어 보이는지! 어쩌면 그렇게도 부조화 일색인지! 아서 경은 낮에 지녔던 천박한 낙관주의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의 괴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아직 너무도 젊은 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