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남의 마음에는 사라지지 않는 방들이 있었다. 언제든 그 문 을 열면 기남은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에 대한 기억도 마 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 중식당의 냄새, 식기의 모양, 음식의 종류, 노인 옆에 있던 젊은 남자, 그러니까 노인의 아들이 입었던 옷과 큰언니라는 사람의 표정까지도. 기남은 살면서 수시 로 그 문을 열었다. 문을 열 때마다 기억의 세부는 조금씩 사라져 갔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의 통증도 마찬가지였 다. 하지만 여전히 그 문을 열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무언가 가 있었다. 차갑고 단단하고 무거운 무언가가 여전히.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