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 몰랐다고 생각했더래? 우리 새비, 사람들이 자기 걱정하고 동정하는 거 죽는 것만큼 싫어하는 간나야. 기게 새비야. 새비가 지 마음대로, 지 살고 싶은 대로 나머지를 산다는데 내레 뭐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하는 게 새비가 바라는 기라면 내레 아무리 힘들어도 그럴 수 있었다. pp.287
새비 아주머니는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불위에 누워서 증조모가 말을 하면 눈짓으로 반응했다. 새비 아주머니의 시선은 증조모의 몸을 지나서, 마음을 지나서, 어쩌면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에까지 다다랐다. 그곳에서, 아직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증조모는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돌맹이를 안고서 내 동무야, 내 동무야, 말을 걸고 있다. 그런 작은 따뜻함이라도 간절해서, 하지만 사람은 너무 무서워서, 증조모는 마당 구석에 쪼그려앉아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있다. p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