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치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외국인 혐오자들의 말 을 따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신이 온 곳을 짚어내기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엄마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엄마는 일본 제국주 의 치하에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해 방 후 한국으로 돌아가 전쟁과 분단, 미국의 점령을 겪은 뒤 미 국인인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죄로 추방당했다. 엄마는 내면으로 움츠러들며 당신을 이 갈등의 장소로 다시 데려가, 자기 존재를 짓이겨 없애고 무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옮겨 온 동네는 피난처가 되지 못했고, 소위 구제되었 다는 명목으로 이민자들에게 끊임없이 정신적 대가를 치르게 했 던, 제국의 폭력으로 얼룩진 또 다른 장소에 불과했다. 엄마는 미 국인이 된 바로 그곳에서 조현병을 앓게 되었다.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