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징적 사고 능력의 최고봉이 메타포라고 할 때, 우리의 뛰어난 뇌가 그걸 헷갈려서 메타포가 실제가 아님을 잊는다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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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10장에서 배웠던 개념에 있다. 진화가 땜장이처럼 임시변통으로 일한다는 개념이다. 자, 인간은 도덕률 및 그 심각한 위반과 같은 추상을 다루는 능력, 감정이입을 유례없는 강도로 경험하는 능력, 타인의 성품이 얼마나 친화적인지를 의식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각각 도덕적 혐오감,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현상, 따뜻하고 차가운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행동 면에서 현대적인 인간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자면, 이런 능력들이 진화한 과정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삽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참신한 능력들을 전담해서 다루는 뇌 영역과 회로가 새롭게 진화할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대신 임시변통의 대책이 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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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가 아닌 땜장이로서 진화의 핵심은 10장에서 보았던 굴절적응이다. 이것은 어떤 형질이 특정 목적으로 진화했으나 나중에 다른 목적에 유용하다는 게 확인되어서 끌어다 쓰이는 현상이다. 그 덕분에 깃털은 체온 조절뿐 아니라 비행까지 돕게 되었고, 섬겉질은 독성 물질을 게워내는 일뿐 아니라 천국 가는 일까지 돕게 되었다. 후자는 이른바 ‘신경 재활용’의 사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