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손바닥만한 엽서를 썼다.
사랑하는 에마
두려움은 가차 없지.
나는 안 돌아갈 거야. pp.323
전에는 어떤 대가가 있으리라 믿었다. 밤에 여섯 번, 일곱 번, 여덟 번까지도 수용소로 강제추방 당하도록 나를 그냥 내버려둔 데 대해, 나는 천천히 늙어감으로써 약탈당한 오년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몸은 내 계산과 달랐다. 속은 황폐해지고 얼굴에는 눈의 허기가 번득였다. 눈의 허기가 말했다.
너는 여전히 피아노야.
그래, 내가 말한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피아노. pp.324
내 보물 중 가장 무거운 것은 노동강박이다. 그것은 강제노동으로의 귀환이고 구조바꿈이다. 배고픈 천사와 닮은, 겸허함을 강요하는 누군가가 내 안에 있다. 그는 다른 보물들을 조련하는 방법을 안다. 그는 내가 자유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내 뇌를 타고 올라가 강박이라는 마법을 건다. p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