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린 왕자와 떠나는 인문학 여행>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인 <어린 왕자>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의 생에 대한 내용도 많아 전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의 삶에 대해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인간적인 면도 당연히 있겠지)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사진들도 많이 있었는데 특히 그가 몰았던 비행기, 항로지도, 비행면허증 등의 사진도 있었고, 어쩌면 <어린 왕자>의 모티브가 되었을 수도 있는, 리비아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났던 사진도 있었다. 그리고 <야간비행>에 대한 소개도 간략히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경험이 <야간비행>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가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짧으며, 그 수많은 비행기록 중에 어느 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먼저 이 책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부터 생각해보면, 조종사인 파비앵과 거의 상사인 리비에르를 들 수 있다. 파비행은 실제로 조종을 하지만, 리비에르는 상황실에서 전체 비행을 컨트롤 한다. 리비에르는 목표지향적이고, 조종사들을 위험으로, 심지어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로 인해 야간비행 항로를 개척하고 이를 정착시키지만 당시 항공기술로는 상당히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것들을 조종사의 시각과 판단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특히 악천후에서는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비에르는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에서 파비앵의 운명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 결말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단순하게 마무리되어서 당혹스러운 면도 있다. 그에 대한 리비에르의 반응 또한 그렇다. 그것을 단지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정도로 간주할 수 있는 문제일까. 한 인간의 영웅적 서사일까?
또한 파비앵이 비극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아직 신혼임을, 그리고 그의 아내도 등장시켰다. 하지만 그 역시도 비중이 낮아 결국 이 책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밤'이라는 단어와 '비행'이라는 단어는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설레기도 한다. 그건 현재의 야간비행은 그런 위험성이 상당부분 해소되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또 일상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리비에르나 파비앵와 같은 개척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지만.
이 작품에서도 밤비행의 풍경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야경은 아무래도 지상의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기에, 그러한 인공적인 모습이 자연의 모습을 압도한다. 사실 야간엔 자연풍경이랄 것이 달이나 별, 구름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으니까.
그러한 묘사가 아름다운 것은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다. 생텍쥐페리의 문장은 <어린 왕자>를 비롯해서 다른 작품들에서도 보여졌지만 (문체는 조금 다르지만) 상당히 아름답다. 그 비극마저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어서 마지막 부분은 마치 '승천'하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행은 더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또한 그 불행이 내게 닥친 것이 아니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여러 감정과 카타르시스를 함께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