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자면, 우리/그들 가르기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는 다음과 같다. ⓐ 뇌가 최소한의 감각 자극만으로도 빠르게 집단 간 차이를 처리한다는 점, ⓑ그 과정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라는 점, ⓒ다른 영장류들과 아주 어린 인간에게서도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점, ⓓ우리가 임의의 차이에 따라 집단을 묶는 경향이 있고 그다음에는 그 표지에 힘을 부여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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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면 우리에 대한 감정의 핵심은 그런 우월성보다도 공통 의무, 그리고 상호성에 대한 의향과 기대인지도 모른다.12 어떤 무작위적이지 않은 집단에서 기대보다 자주 긍정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될 때, 그로부터 우리라는 사고방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10장에서 보았듯,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한 회만 할 때 논리적 전략은 배반이다. 게임이 미지의 횟수로 반복될 때, 그리고 내 평판이 남들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협동이 융성한다. 그리고 집단이란 정의상 구성원들이 다회차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 또한 누가 못된 놈이라는 소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