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서서히 조금씩 다가오고 마리의 열이 물러가면서, 마리 안 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빛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복장도 없고, 하늘에서 근엄하게 말하는 구름도 없고, 오로지 그녀의 영혼과도 같은 이 딸의 죽음과 끝없는 어둠뿐이다. p.289
마리는 살면서 줄곧 기도를 해왔지만, 오늘밤 이전의 기도는 물 줄기 안으로 소원을 담은 동전을 던지는 것 같은 기도였다. 모호하 게 바깥으로 퍼지는 희망이었다. 그녀는 그 기도를 자신에게 강요 된 엄격한 삼위일체의 신이 아니라, 어머니의 얼굴을 한 동정 마리 아에게 올렸다. 기도에서조차 그녀는 반역을 일으키고 있었다.
줄곧 자명했던 것이 이제야 보인다. 자신은 경건하게 살아왔고 죄를 짓지 않고 살았으며 늘 올바른 말만 했지만, 가슴속 깊이 자 신의 반역적인 면을 탐닉하고 자부심을 느껴왔다. 마리의 오만함 때문에 울필드에게 이 치명적인 병이 생긴 것이 다. 자신의 끝없는 허기가 그녀의 영적인 딸을 집어삼켰다. 수녀원 을 확장할 필요성은 그녀 자신의 몸을 확장시키는 것과 같았다. 그 녀의 행동은 늘 자신이 속세에서 살았다면, 자유가 주어졌다면 어 떻게 했을지에 대한 대답이었다.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