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와 '이과'의 기로에서 내가 이과를 택하자 친구들이 비웃으며 장난하지 말라고 한 걸 보면, 확실히 '과학자 타 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각종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일등을 휩쓰는 모범적인 사건 도, 가전제품을 분해조립하다 불을 내는 깜찍 발랄한 사건도 없었다. 적당히 성실하게 굴면 어른들은 쉽게 안심했고, 그러면 신임과 방임 사이의 어드메에서 나는 동네 뒷산 을 쏘다니고 PC통신 속 세계도 실컷 돌아다녔다. 수도권 가장자리의 공업도시였다. 은 하수가 수놓인 밤하늘도, 근사한 망원경이 잔뜩 세워진 가게를 들여다볼 기회도 없었 다. (전자책 기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