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뮐러는 200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마 <숨그네>가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9년 초라고 하니 그 전에 다른 작품들로 이미 인정을 받았을테지만)
이 작품은 독특한 소설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서인지 마치 실제 경험을 다룬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작가 본인의 경험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작가 후기 및 해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어머니의 경험담과 동료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그의 동료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용소에 끌려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고도 했다. 그러니 대부분은 실화였다는 생각도 들고, 더 실감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작품을 더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문체와 단어였다. 평범한 소설의 문체가 아니라기 보다는 앞서 말한대로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산문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담담하면서도 때론 아름답기도 한 문체는 비극의 순간들마저 차갑게 동결시킨채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조합해낸 단어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일단 제목인 <숨그네> 조차 무슨 뜻인지 몰랐다. 처음엔 그 자체가 독일어인가 싶었으니까. 알고보니 이 단어는 '숨'과 '그네'의 합성어로 숨이 삶과 죽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그네와 같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 그 밖에도 심장삽, 양철키스, 배고픈 천사 등등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특히 배고픈 천사는 작품 전반에서 계속 나온다. 그것은 수용소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배고픔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표지그림부터 작품전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나는 표지의 인물이 마치 배고픈 천사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엔 제목처럼 그네를 타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닌 듯했고,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배고픔은 견딜 수 없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을 그린 듯해서.
그런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소련의 수용소 생활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독일인들이 소련의 수용소에 끌려간 것인지. 그에 대해선 작가후기에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의해 독일인들이 소련(이 작품 내에서는 우크라이나)으로 강제징용을 당했고, 5년 정도 있다가 돌아왔다. 그는 수용소 생활에 잘 적응했고 현실에 맞춰 살았다. 그러나 그가 반신반의했던 '너는 돌아올 거야'라는 말은 그에겐 희망이기도 했지만 때론 절망과 맞붙어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계속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고, 직업을 구하고 결혼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듯했지만 결국 도망쳤다. 그 이후 그의 삶은 불안정했다. 아마 평생 그렇게 시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된,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신의 삶을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작품초반에 수용소로 가기전에 '랑데부'라고 된 부분이 그것을 의미하는건가라는 의문은 있었지만 잘 몰랐고, 수용소 내에서의 생활에서도 그런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아 확실치 않았으니까. 자신의 성정체성이 어쩌면 수용소로 도피하게끔 했을 수도 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모로 독특했고 또 읽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왜 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는지를 알 것 같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희미하게나마 공통점이 보이는데 그게 아마 선정위원들의 취향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