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주요 관심사'나 '점령'을 의미하는 'L'Occupation'이란 제목을 고름으로써, '질투'의 두 가지 양상을 겨눈다. 하나는 질투의 메커니즘이 작동한 뒤로 어떤 다른 일에도 정신을 쏟지 못하고 '그 여자'를 찾아내는 일이 '나'의 '주요 활동'이 되어버린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마치 무엇엔가 들리기라도 한 듯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여자'의 존재에 완전히 사로잡혀버린 '나'의 상태다. 제목을 번역하면서 느꼈던 갈등은, 프랑스 독자라 해도 텍스트를 읽기 전에는 간파 해낼 수 없었을 이 이중적 의미에 어느 정도까지 얽매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결국, 작가 스스로도 텍스트 내에서 이 이중적 의미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작품 전체가 그 두 가지 양상에 대한 해부학적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번역된 제목의 이중적 의미를 굳이 친절하게 독자의 손에 쥐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어쩌면 작품의 핵심적 내용과 가장 무난하게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는 '집착'이라는 제목이 탄생했다. (해설중에서) pp.64-65/76 (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