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작가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에 수록된 작품 아홉 편을 하루에 한 편씩 읽었다. 평소 나의 독서패턴대로라면 아마 한 번에 모두 읽어 나갔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럴 수가 없었다. 독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편씩 읽고 생각을 하고 다음날 또 다음 편을 읽는 식으로 해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듯했다.
처음에 나온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의 첫 문장부터 해서 <공원에서>의 마지막 문장까지, 작가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으로 내게 얘기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던졌다. 작가의 문장들은 직설적이고 또 나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들춰내듯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정확하게 잘 묘사해서, 그게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리기 때문에 나에게까지 적용된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이 불쾌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차라리 내 속마음을 들킨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고, 또 안도감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비밀을 털어놓듯이.
또한 작가의 표현들이 유머러스한 면들도 있어서 유쾌하게 읽히기도 했지만 블랙코미디처럼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소수자, 여성, 지방, 20~30대 젊은이들의 자화상, 코로나19의 시대 (작품 내에서 '감염병'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등 우리 사회의 그늘과 어두운 면들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다른 곳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었는데 작가의 주 장르가 원래 스릴러나 호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괜찮은 작가를 만난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책들이 나온다면 나는 또 읽어볼 것이다. 다른 작품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