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 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 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 정이기 때문이다. pp.136
나는 이런 장면을 가끔 상상하곤 했다. 기우제 때 처녀를 바치 는 제단이 있다. 비가 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무기에게 처녀를 바쳐야 하는데 처녀라고는 이모와 나뿐이다. 이때 할머니는 우리 둘 중에 과연 누구를 그 컴컴한 동굴 속에 집어넣을까.
그에 대한 내 대답은 놀랍게도 나였다. 또한 그럴 줄을 알면서 도 번번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내 가 가진 간절함이기도 했다. p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