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느꼈다. 그날 밤 수민과 테츠 사이에 흐르던 것. 그것 은 남녀 사이에 흐를 법한 묘한 기류, 라기보다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었다. 무해하고 싱싱하게 꿈틀거리는 에너지. 그러 고 보면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은. 어째서 누군가의 젊음이 우 리를 상처 입히는지 모를 일이었다. p.30
무슨 말인지 하나 도 몰랐지만,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미노리는 이야기하고 있 는 것이다. 빛이 환할수록 더 짙어지는 그림자에 관해. 임계점 에 닿기도 전에 쉽게 무너져버리는 마음에 관해.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 러다 어느 순간 미노리가 입을 다물었고, 더는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