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소설가이자 풍자 시인으로 유머가 넘치는 작품을 썼던 에리히 캐스트너는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를 그의 방식 대로 비틀어 재구성했다. 현대판 <여우와 신 포도>의 이야기는 이렇게 변했다. 배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포도밭을 발견 한다. 여우는 포도밭에 들어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포도송이를 향해 점프했다. 마침내 여우는 포도를 따는 데 성공했고 그를 지켜보던 많은 동물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여우가 포도를 먹어보니 심하게 신맛이었다. 그러나 여우는 환호 하는 동물들 앞에서 포도가 시다고 불평할 수가 없었다. 여우는 “정말 이렇게 달고 맛있는 포도가 있다니, 정말 달고 맛있는 포도구나.”라고 거짓 탄성을 지르며 시어서 먹기 힘든 포도를 계속 먹다가 위궤양에 걸려 죽고 말았다. 능력을 인정받고 다른 동물 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여우는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다 병을 얻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