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히 어린 시절 이래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명석함의 감각이 나를 엄습했다. 마치 마음속에서 난생처음으로 숫자라는 개념 전체를 제대로 파악했던 순간을 다시 체험한 듯한 기분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이 내포한 모든 가능성과, 그것이 시사하는 모든 파급 효과들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성인의 이해력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계시였지만, 여기에 신비주의적인 모호함이라든지 마약적인 도취상태, 유사 성충동 따위의 불순물은 전혀 개재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단순한 개념들로 이루어진 깔끔한 논리 속에서, 나는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 확하게 이해했고... 그것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 거짓이었고, 모두 불가능했다. (전자책 기준 71%)